<헤이안 일본>
http://miya.or.tv/ <- 모로 미야 공식 홈에서의 위 이미지의 파일명은 'korian-3.jpg' 이었음.

책 앞머리에 있는 저자에 대한 설명이나, 추천글을 읽어보면 인터넷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모아 엮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현재 블로그에는 관련 글을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미 출판된 내용은 비공개로 설정한 것인것 같습니다. 현재 '전국시대'를 다루는 내용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다음 작품은 '전국 일본'이 되겠지요. 연구서처럼 문체가 딱딱하지 않고 현재 유행하는 상황과 비교하는 부분도 있어서 즐겁게 읽을 부분은 많지만 본인의 평설부분이 많아서 이런 부분이 비판을 받을 수 도 있습니다. 작가가 여자이기 때문에 여성의 관점에 보는 비평적 사고를 엿볼 수 있는 점은 꽤 재미있습니다. 오히려 이 부분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더 재밌는 점은 이 책이 출판된 곳이 대만이라는 점입니다. 웹상에서 많은 이들이 대만-일본의 관계를 대만의 열렬한 일방적 구애관계로 보고 있다는 점이 재밌게 작용하더군요. 공식홈에서 저자의 번체판과 간체판이 따로 나오는 걸보니 역시 대만이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우리나라 출판본에 대해서는 '韓文'판이라고 해놓은 점이 재밌었습니다. (우리입장에서 보면 번체판이든, 간체판이든 둘다 중국어판으로 취합될 수 도 있을텐데요.) 이 작가의 인기도 이런 '대만-일본'의 구도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찌됐든간에, 대만에서 일본문화컨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일본이야기를 대만(외국)에 소개하려는 의도가 있으므로 우리나라에서 번역하여 보아도 무리가 없지요.

일본이 자랑주장하는 천년소설 '겐지모노가타리'의 배경이 되는 헤이안 시대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겐지이야기를 보기전에 배경지식을 갖추는 차원에서 읽어보면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겐지 이야기의 해설서가 될 수는 없겠습니다만, 우리나라사람이라면 헤이안 시대에 대해 워낙 아는 바가 적기도 하고, 관련 서적도 풍부한 편이 아니니까요. 우습게도 '머리를 감는 것'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머리를 감는게 '대공사'였던 것이 겐지이야기에 대해 나오긴 하는데 정확히 이해가 되지는 않았는데, <헤이안 일본>에서 머리감는 풍습에 대해 읽으니 이해도 되면서 겐지이야기가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먼저 이 책을 읽고 겐지이야기를 읽으면 더 재밌었을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간에 '부자는 삼대를 가지 못한다'는 문구가 나왔는데, 이것이 원문도 문리적으로 같은 뜻이었는지 아니면 번역과정에서 비슷한 의미의 문구로 대체한 것인지 조금 의문이 들더군요. 문리적으로 같은 문구였다면 한자문화권내에서 같은 말을 쓰고 있다는 것일테니까요. 파자놀이에서도 좋은 소재로 쓰였을만한 것으로 糞을 米田共으로 내놓은 것은 재밌었습니다. 작가가 문자와 문학을 언급하면서 우리의 한글과 베트남의 로마자를 두고 일본의 가나와 비교하는 부분이 있는데, 아무래도 우리 얘기도 섞여있으니 좀더 신경이 쓰이더군요. '한자 벗어나기 운동'이라고 해놓았는데, 한,베 양국의 젊은이들이 자기 이름을 각자의 국어로만 적을 줄 알고 한자로는 쓰지 못한다는 부분을 보면 작가는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쓰는 것에 대해 좀더 높은 평가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의 이름조차도 한자로 쓸 줄 모른다'라고 쓴 것은 역시 작가의 평설부분이라고 해야겠지요. 이런 부분은 외국인이 바라보는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재밌습니다. '한자 벗어나기'라는 표현도 그런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겠지요. (정작 일본젊은이들이 한자로 이름을 적느냐마느냐에 대한 언급은 없음.)
좀더 재밌게 보이는 점은 '조선에서는 19세기 말엽에 드디어 한자 공문 제도를 폐지하고 국한문 혼용체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2차 세계대전 후에야 한글 전용법을 공포했다'는 문구인데요. 문리적으로만 보면 중간의 일제치하에서의 문제는 쏙 빠져있기 때문이죠. '2차 세계대전 후'라는 말 자체에서의 약간은 의도가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줍니다. 

중국어로 쓴 일본이야기를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이 책도 번역의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일본어의 음가표현과 한자어표기에서 약간의 혼란이 있으며, 이중에 '거문고'라는 단어의 사용은 아마 '琴'에 대한 의역과정에서 나온 실수 같습니다. 저자가 현대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그 나름의 재미를 선사하기는 하지만, 저자가 쓴 표현 처럼 '마치 조금 머리가 완고한 사람이 유행가보다는 고전음악, 하이틴 로맨스 만화보다는 세계명작이 더 존귀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는 말대로 제가 조금 머리가 완고한 탓인지, 저자의 현대적 표현이 전체적인 수준을 흐린다는 인상을 줍니다. 이것은 번역과정에 단어설정이 바뀌어 나타난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저자의 의도가 반영된 것인 것은 틀림없을 것 같습니다. 고대의 풍취를 느끼는 가운데 '섹시'라는 말이 들어오면 몰입을 해치더군요. 
by MessageOnly | 2009/08/12 16:39 | ■ 마음의 양식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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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8/12 17:24
의외로 대만이 일본을 많이 좋아하더군요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09/08/12 17:48
앞 뒤의 소개, 번역후기를 보면 그런 것들이 더욱 눈에 들어옵니다.
애초에 대만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거라고 보면 되죠. 그걸 번역해서 들여온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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