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드라마 선덕여왕은 앞으로도 많은 방영분이 남은 것으로 보이는데...인기에 힘입어서 대본을 늘린다고 하면 '지귀'를 넣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정작 드라마를 보지 않는 입장에서 이런 소릴하는 것도 좀 우습긴한데..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ㅠ-;;
어차피 의심스러운 화랑세기의 내용을 반영하여 제작한 바에야...지귀설화도 반영하는데 별 문제는 없을 것 같고요.
( 지귀설화 <- 똥침국어교실이라는 곳인데, 지귀설화에 대한 정보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
일단 신분차에 의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코드가 깔려있는게 핵심이지요. 이건 TV드라마에서 써먹기에 아주 좋은 소재입니다. 거기다 선덕여왕의 마음씨가 나타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다만 이걸 삼국유사의 영묘사 화재사건에 초점을 맞춰 버리면 선덕여왕이 40대에 접어든 시점에 일어난 일로 잡을 수 있는데, 40대로 미뤄서 써먹기보다 선덕여왕의 젊은 시절에 맞춰서 '신분차에 의해 맺어질 수 없는 둘만의 사랑'으로 집어넣어도 좋을 것 같거든요.
'사랑의 불길이 가슴에서 터져나와 큰 화재를 일으킨다'는 이야기의 상상력은 참 대단합니다. 몰입해서 읽으면 참 감동스럽지요. 근데 드라마에서 '사랑의 불길'을 표현하는 것은 좋지만...가슴속에서 터져나온 불길이 화재로 이어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이 이야기는 좀 바뀌어야하겠는데....이 이야기를 잘못연결해서 선덕여왕에 대한 사랑때문에 애꿎은 절간을 태운다고 하면 지귀의 사랑이 너무 찌질해져버릴것 같으니 드라마에서 지귀가 직접 방화(;)한다는 것은 해서는 안될거 같네요.
설화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깝긴 합니다.
...여왕이 지나간 뒤에 비로소 잠이 깬 지귀는 가슴 위에 놓인 여왕의 금팔찌를 보고는 놀랐다. 그는 여왕의 금팔찌를 가슴에 꼭 껴안고 기뻐서 어찌할 줄을 몰랐다. 그러자 그 기쁨은 다시 불씨가 되어 가슴속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온몸이 불덩어리가 되는가 싶더니, 이내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가슴속에 있는 불길은 몸밖으로 터져 나와 지귀를 어느 새 새빨간 불덩어리로 만들고 말았다. 처음에는 가슴이 타더니 다음에는 머리와 팔다리로 옮아져서 마치 기름이 묻은 솜뭉치처럼 활활 타올랐다. 지귀는 있는 힘을 다하여 탑을 잡고 일어서는데, 불길은 탑으로 옮겨져서 이내 탑도 불기둥에 휩싸였다. 지귀는 꺼져 가는 숨을 내쉬며 멀리 사라지고 있는 여왕을 따라가려고 허위적허위적 걸어가는데, 지귀 몸에 있는 불기운은 거리에까지 퍼져서 온 거리가 불바다를 이루었다....
이야기가 너무 구체적이지만...사랑의 기쁨-열정을 나타내는 표현의 힘은 정말 굉장합니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지...-_-乃
다만, 그 열정이 구체화되는 것이 좀 비현실적이라는것이....너무 아깝습니다.
젊은 시절의 선덕여왕에 맞춘다고 하면...일단 '팔찌'같은 것은 그대로 살려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신분의 격차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지만 팔찌가 '정표'의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불길'도 어떻게든 살려야할 겁니다. 어찌되었든간에 지귀설화의 핵심부분이니까요. 문제는 이걸 어떻게 '사랑의 열정'으로 나타내야겠습니다.
사랑하는 그녀(선덕여왕)을 구하기 위해 불길에 휩싸여 죽는다든가...그 불길에 휩싸여 죽는 순간에 '팔찌'를 들여다보며 눈물방울 흘리며 숨을 거두는 지귀....이런 것도 괜찮을 것 같고요. -ㅠ- 문제는 지귀캐릭터의 등장인데...여왕님을 사모하는 무사정도로 하면 좀 뜬금없기도 하네요. 설화대로 '보는 순간 반해서'가 차라리 나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