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이 아프리카와 교역을 했다는 증거 >
..라는 제목으로 많이 돌았던 그림입니다.
< red vuvuzela >
본래의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부부젤라'라는 형태로 우스개가 된 것에는
우리 국악에 대한 낮은 인식이 한 몫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그림 속의 악기는 당연히 부부젤라가 아니죠.
물론 저 그림을 보고 웃으신 분들도
저것이 부부젤라라고 믿은 것은 아닐것입니다.
다들 대충 알고 계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국방부 취타대 >
취타대 행렬의 선두에 있는 것이 나발입니다.
서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덕수궁 대한문 앞의 수문장교대식이겠네요.
나발은 언제나 취타대의 선두에 있어서 눈에 잘 띕니다.
악기의 몸체가 길기 때문에 앞쪽으로 배치될 필요성도 있었겠지요.
길고 쭉 뻗은 모양새가 같은 높이에서 한 줄로 나란히 있어 정돈된 느낌도 줍니다.
위엄을 보이기에 좋은 구도지요.
검색어로 '취타대'를 넣어서 이미지를 찾아보면
대부분 선두의 '나발'을 찍은 것들입니다.
< 나발, 조선의 부부젤라 >
현재 '나발'의 형상정보에 대한 인식은 낮은 편이지만,
언어생활에서 '나발'의 입지는 지금도 확고합니다.
'병째 나발불었다'
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쓰고 있지요.
병을 입에 대고 마시는 장면이
악기 '나발'을 불고 있는 장면과 비슷하기에 나온 말입니다.
< 잔으로 건배하고 병으로 나발부는 동방의 음주풍속 >
이외에,
'술먹고 나발분다'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는 '나발'의 다른 속성에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나발은 형태상 한 가지 소리만 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호용'으로 쓰이기 좋지요.
이것을 술에 취해 '했던 얘기를 또하고 또 하는' 행태에 빗대어 말하는 것입니다.
이런 속성은 부부젤라도 마찬가지지요.
형태뿐만 아니라 음까지 닮았기 때문에...-ㅠ-;
< 도돌이표의 압박 >
'부부젤라'라는 단어가 우리사회에 깊숙히 파고든다고 하면,
앞으로 술에 취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을 두고
'술먹고 부부젤라 부네'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단은 '동일음'보단 '소음'에 대한 인식이 더크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에 대한 표현보다
아무 뜻없이 고성을 지르거나 하는 것을 표현할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봅니다.
< 원님 왔쪄염. 뿌우 'ㅅ' >
'원님덕에 나팔분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나팔이라는 것은 '나발'에 대한 인식이 낮아지면서 나타난 결과입니다.
흔히 금속 관악기의 일반적인 형태를 가르켜 '나팔'이라고 하고 있는데요.
나팔은 본래 '중국 관악기'의 이름입니다.
우리 관악기는 '나발', 중국 관악기는 '나팔'이었던 것이죠.
둘 다 비슷하게 생겼고, 역할도 비슷합니다.
'나팔'이 금속대롱 관악기의 대명사가 되고, 거의 총칭이 되버렸지요.
현대 국어의 경음화현상도 한 몫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당연히 '원님덕에 나발분다'라는 말이었지요.
배위에서 나발을 부는 악공들도 아마 원님덕(?)에 나발불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2002 한일월드컵의 기억을 떠올려
부부젤라의 소음을 '꽹과리'에 빗대는 경우가 있는데요.
소리의 생소함에 비춰보면 타당한 이야기입니다만,
부부젤라에 대응할 것은 그래도 '나발'이 제격이랄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