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교도의 케이크, 부쉬 드 노엘
< 부쉬 드 노엘 >

부쉬 드 노엘(Bûche de Noël) 부쉬는 '통나무' 노엘은 '성탄절(크리스마스)'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이 케이크는 '크리스마스의 통나무'라는 이름이라는 것이지요. 부쉬 드 노엘은 그 이름대로 '크리스마스의 통나무'입니다. 어째서 과자의 모양이 통나무가 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설명이 있습니다. 

< yule log >

고대 켈트족은 일년 중 낮이 가장 짧은 동짓날을 '알반 아르후안'이라 부르며 오크나무, 너도밤나무, 체리나무 등의 커다란 줄기를 통으로 잘라 불을 붙였다고 합니다. 이는 동지제(祭)의 행사로서 통나무를 태우는 것은 해가 짧은 동짓날에 '태양의 부활'을 위해 통나무를 태움으로써 태양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의식이었다고 합니다. 유럽을 석권한 교회에 의해 이러한 이교도의 의식은 사라졌지만, 통나무를 태우는 행위자체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동지제와 겹치는 크리스마스축일에 맞춰 통나무를 태우는 풍습이 결합되었다는 것이죠. 일단 겨울에 통나무를 태우면 따뜻하기도 할 것이고요. 현대에도 연말에 한 해동안 있었던 묵은 일을 통나무에 담아 태워날린다, 크리스마스때 통나무태워서 그 불씨가 새해(1월1일)까지 안 꺼지면 복이 깃든다는 식으로 구복적인 의미를 담아 태운다고 합니다. 이쯤만되도 기독교신앙과는 괴리감이 크죠;; 

통나무 장작이 케이크로 모습을 바꾸어 나타난 것은 1879년으로 알려져있습니다. 프랑스의 한 제과점에서 개발하였다고 합니다. 특이한 나뭇가지모양의 신상 케이크가 프랑스에 대중화된 것은 기존의 통나무가지를 태우는 풍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물론 이 시점에는 제과장인이 이교도였을리는 없지요; 그리고 풍습도 달라졌을... )

물론 독실한 교인입장에서는 이러한 설을 받아들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동지제와 겹치게 되면 그 기원에 관한 부분이 아기예수의 탄생설화의 위엄을 건드리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통나무를 태우며 밤을 샌 것에서 비롯되었다'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모양입니다. (아예 가난뱅이 총각이 맘에드는 처자에게 줄게 없어서 나무장작에다가 리본을 묶어 선물한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둥 말은 많습니다. ) 케이크는 비교적 최근들어서 개발된 축일용 음식이고, 벽난로에 커다란 통나무를 넣어 태우는 풍습은 유럽권역에서는 계속되고 있다고 하고요. (위키백과 참조) 

위와 같은 부쉬 드 노엘의 유래에 관해서는 제과쪽에서는 별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부쉬 드 노엘을 소개하는 이야기에서 별로 빠지는 일도 없고요. 위키백과를 참고하자면, 한국어항목이 없지만 다른 외국어항목에서도 그 기원에 대해 켈트와의 연관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개발된 케이크이긴 하지만, 영어권에서도 yule log cake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며 많이 먹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독일같은 경우는 따로 슈톨렌을 만들어 먹는데, 이와 같이 본래 크리스마스 전용 과자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이웃나라의 과자를 받아들일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 팥죽 팥죽 팥죽 팥죽 팥죽 팥죽 팥죽 팥죽 >

크리스마스라는 것이 실상은 서양종교의 축일이니, 본 고장(..사실 본고장이라면 중근동?;;) 유럽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선호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선 대부분 원형의 케이크를 먹고 있으니 부쉬 드 노엘과 같은 흔치 않은 모양의 케이크는 더욱 호기심을 자극할 것이겠고요. 그런데 이것도 따져보면 우리나라에서 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많이 먹게 된 것도 실은 제과점의 상술에서 비롯된 것일것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우리나라에서 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먹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80년대부터 대중화가 이뤄졌다고 봐야겠고요. 케이크의 자체의 인기도 90년대에 생크림케이크가 대중화되면서 크게 신장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크리스마스에는 '케이크'를 먹는 것으로 자리잡은 것은 불과 10년을 조금 넘는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크리스마스-연말로 이어지는 구간에 케이크를 많이 판매하기 위해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경쟁적으로 '사은품'경쟁을 벌이게 되고 '공휴일'인 크리스마스에 딱히 어떤 음식을 먹을지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었을 것입니다. (좋게이야기해서)

< 가장 잘 나가는 청춘스타(아야세 하루카)를 광고모델로 기용. >

같은 동아시아군에서는 중국과 북한은 비교대상이 되기 어렵고, 일본을 보게 되면 또 재밌는 현상이 있습니다. 프라이드치킨인데요. 일본도 마찬가지로 전통적으로 치킨을 먹었을리가 없습니다. 치킨 자체가 전통음식도 아닐뿐더러 일본엔 기독교인이 그리 많지도 않은편이지요. 당연히 공휴일로 지정되지도 않고요. (예수생일은 안 쉬지만 천황생일은 쉽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부터 겨울출제로 가볍게 즐기는 풍토가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일단 일본도 케이크가 큰 주류를 차지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어쨌든 서구에서도 케이크를 먹는 것이 보통이었으니 그것이 먼저 전래되어 자리잡았겠지요. (2차 세계대전 중에는 기독교인도 적은데다가 적국의 축제로 규정되어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것 자체가 금지됨.) 크리스마스 음식이라면 '치킨'이라는 것은 KFC의 지속적인 프로모션에 노출된 결과라고 봐야한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상업적 영향이 크다는 것이지요. 제과업계의 피나는 노력끝에 우리나라에서는 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먹는 것이 이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로 보입니다. 주변국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은 기독교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지만, 성탄절의 소비문화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교회보다는 상인들이 성장시킨 결과물이라고 봐야겠지요. 어쨌거나 해피엔딩이면 그만~

< TV로라도 yule log를 때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어하는 양인들의 습속 >

우리나라에서 굳이 부쉬 드 노엘을 먹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것은 일단 우리나라에는 벽난로에 커다란 통나무를 넣어 때는 풍습이 없다는 점이 첫째일 것입니다. 일단 장작으로서도 통나무를 때지도 않지요. 통나무를 도끼로 잘라 장작으로 만들고 그것을 아궁이에 넣는 것이 보통이고, 그런 인식이 잡혀 있습니다. 통나무를 때는 것은 매우 드뭅니다. 통나무에 불을 붙이는 것은 '캠프파이어'(이름부터 외국에서 전래된 것이 분명한)때나 볼 수 있지요.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인 방식의 땔감의 형태는 통나무가 될 수 없으며 통나무를 쪼갠 형태입니다. 굳이 통나무를 통째로 쓰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벽난로는 커녕 온돌마저도 사라져가는 마당에 크리스마스에 통나무를 때야한다는 로망이 생겨날리가 없지요. 소비자에게 '통나무'는 전혀까지는 아니겠지만 큰 어필이 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현재 제과점의 광고를 보면 성탄절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연말까지도 잡고 있습니다. 제과점입장에는 케이크를 소비하는 유행만 일으키는 정도면 충분하지 굳이 소비자에게 생소한 통나무모양의 케이크를 공급할 이유가 없습니다. 일반적인 케이크에 비하면 들어가는 공도 많이 들어가니 가격도 높아지겠고 그러면 소비자들이 외면하겠지요. 숙련된 제과장인을 육성할 필요도 없고, 평소 팔고 있는 케이크에 산타나 순록모양의 설탕인형을 끼얹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제작시간도 덜 소비되니 대량생산, 공급에 유리한 기존 상품을 공급하는 편이 훨씬 낫겠지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재고가 남더라도 크림과 설탕인형만 걷어내고 크림을 새로 입혀 팔 수 도 있으니 대량생산과 재고없는 소비가 필요하다면 회피할 수 도 있겠지요. 부쉬 드 노엘같은 특이한 형태는 딱 기간한정상품인데, 이건 이 때 소비가 되지 않으면 팔기도 어렵겠죠. 우리 나라 제과업계의 양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파리흐허헝야나 뚜레흐허헝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제과업의 혈통을 프랑스에 두고 있지만 정작 프랑스과자인 부쉬 드 노엘의 보급에는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일부 제과점에서 부쉬 드 노엘을 공급하고 있지만 딱 그 만큼만 소비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현재 부쉬 드 노엘의 위치는 대중적인 상품이 아니고 매우 마니아적인 상품으로 우리나라 연말 케이크 시장에서는 딱 이교도같은 존재지요. 
by MessageOnly | 2010/12/25 16:19 | ■ 먹는게 남는 것 | 트랙백(1)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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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at 2010/12/25 23:49

제목 : 그들이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법
'Kirei Style' 2010년 12월 23일자 중에서: 이제 곧 크리스마스. 일본에서도 최근에는 커플로 보내거나 그룹으로 모여서 보내는 편을 선호하는 모양이지만, 이른바 커플끼리 분위기를 잡는 것은 일본 뿐.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는 가족끼리 축하하는 이벤트로서, 커플끼리만 보낸다고 얘기하면 '그런 가엾은 일이'라는 오해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그밖에도 일본인들이 잘 모르는 크리스마스 보내는 방법(주로 미국에서)을......more

Commented by Sylvia at 2010/12/25 20:06
어제 이다도시씨가 미수다 미녀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파티 하면서 만든 케이크가 통나무 모양이였는데 부쉬 드 노엘이였군요. 저도 몇년 전 파리바게뜨에서 통나무 모양 케이크를 본 적 있는데 당시에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생각해서 그냥 넘겼는데 이런 유래가 있는지 처음 알았어요^^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0/12/25 21:15
우리에겐 생소한 케이크인데 프랑스사람들에게는 친숙하고 당연한 케이크인 모양입니다. 이다도시씨도 프랑스출신답게 좋아하는 것 같네요. 흔하게 보지않은 것이기도 하지만 모양이 통나무모양이라니 그 자체만으로도 재밌고, 딱 보기에도 초콜릿이 잔뜩 들어가보이니 단 걸 좋아하시는 분에게는 매우 유혹적일 것입니다. 전 매장에서 구경만 해도 재밌더라고요.
Commented by 아피세이아 at 2010/12/25 21:59
그러고보니 제과점에서 부쉬드 노엘을 파는걸 본적이 없군요. 여기저기 알아보긴햇는데, 결국은 못찾고 그냥 아무 케이크나 집어왔었던 적이 있습니다.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0/12/25 23:21
동네제과점 중에 내놓는 집이 있습니다. 프랜차이즈가 아니어서 좀더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곳이긴한데....'이걸 살까'하면서도 정작 사려고 하면 옆에 있는 케이크가 비슷한 가격에 '양'이 훨씬 많아서 구매로 이어지진 않더라고요. 우스운 일이죠 -ㅠ-;
(성탄절이 지나 재고신세가 되서 가격할인대상이 되는 것도 노려보는데 이건 또 그렇지가 않아서...;;)
Commented by an unlovable girl at 2010/12/25 22:31
실제로 롤케익이 모양이 부셔지지않게 마는 것도 손이 많이 가는 기술이기도 하구요;
말기 쉽게 생크림을 미친듯이 돌려서 단단하게 하면 식감이 딱딱해져서 느끼해지지요;

촤컬릿이건 케익이건 한국은 죄다 기형아만 출산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0/12/25 23:34
그런 이유가 있군요. 만드는 법이나 정형화되지 않은 형태라 대량생산은 좀 어려울 것 같기도해요. 만드는 사람의 솜씨에 따라 개성이 나타날 수 있는 과자라고 생각합니다.

촤컬릿을 써서 나무느낌이 나는 것도 좋은데, 하얀크림과 딸기로 조합된 부쉬드노엘도 귀여운 느낌으로 보기 예쁘더군요. 부쉬 드 노엘은 역시 비주얼이..-ㅠ-;;
Commented by an unlovable girl at 2010/12/26 13:25
전 초콜릿에 프랑보아즈(산딸기) 시럽을 이용해서 관능적인 느낌을 내는 부쉬드 노엘도 좋아요 ㅋ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0/12/26 20:38
현재 우리나라에선 제과점의 상품이라기보단 손수 만드는 사람들의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더 높아보입니다.
Commented by NoLife at 2010/12/25 23:49
몇년 전 어떤 소설에서 롤케익에 코코아를 탄 휘핑크림을 발라 부쉬 드 노엘을 만드는 장면을 읽고 따라해봤습니다.

...마계의 케이크가게에나 어울릴 듯한 형체의 괴물체가 탄생했습니다(...)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0/12/25 23:58
몽블랑이나 밀푀유도 괴물체배양에 매우 유리(?)한 품목인 것 같습니다. 보기에 그렇더라고요.

'로켓단의 못말려초코롤'을 부속으로 해서 부쉬 드 노엘 유사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히히)
Commented by 찬별 at 2010/12/26 06:36
재밌는 이야기 잘 봤습니다. 일본에서는 성탄절 특식이 통닭이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연말 특식이 달력을 사면 끼워주는 닭이라죠. 역시 자본주의 시대의 전통은 기업이 만들어가네요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0/12/26 09:48
우리나라에 비하면 기독교인이 비교도 안될 정도로 적음에도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풍속이 양국 모두 기업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는다는 것이 비슷해 재밌습니다. KFC가 치킨시장을 여는데 성공했지만, 그래도 케이크를 쌓아놓고 파는 것은 많이 비슷해보입니다. 케이크자체도 크게 다르않아 보이고요.
Commented by 배길수 at 2010/12/26 10:23
머쉬룸 머쉬룸~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0/12/26 10:29
스네이크~ 스네이크 리를 스네~이크
Commented by 맛있는쿠우 at 2010/12/26 11:06
오호... 이런 유래도 있었군요
전 이름도 처음 듣고 처음 보는 생소한 음식이라 그런지 뭔가 더 신기하네요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0/12/26 20:31
보기 드문 케이크이긴한데, 백화점이나 호텔 베이커리에서는 각국의 크리스마스 과자를 많이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프랑스'과자라서 동네에서도 그나마 볼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독일, 이탈리아의 크리스마스 과자를 더 보기 어렵거든요.

한 가지만 기억하시면 되지요. '프랑스에선 크리스마스에 통나무 케이크를 먹는다'
Commented by 시키모리 at 2010/12/28 15:30
그러고 보니 요즘 케익들은 왠지 표준화 되었다는 느낌이..
선택폭이 많이 줄어 들었다는 생각이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0/12/28 18:28
그래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렇게하면 좀더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도 가능할텐데...-ㅠ-;;
Commented by 땡땡이 at 2011/12/17 20:37
부쉬 드 노엘의 유래를 찾기 위해서 1시간동안이나 컴터 돌아다녔는데 드디어 찾았네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12/17 23:55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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