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티드 에디션으로 1천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입니다. 단행본 1~3권 분량에 일러스트를 추가한 일종의 애장본으로 나온 책이죠. 애초에 테메레르라는 책이 있는 줄은 몰랐고, 신간서적 코너에 있어서 빌려봤습니다.
이게 나폴레옹시대에 '용'이 존재하는 것으로 가정한 모험이야기인데요. '용'이 나오는 이야기치고는 '마법'이 나오지 않고, '용'이외에 실제 역사를 거스르려는 초자연적인 시도는 최대한 배제되었기 때문에 기존 환타지소설과는 궤를 달리합니다. 용도 대포에 맞으면 물리적으로 부상을 입고 쉽게 사망하기도 하고요. 종래 판타지소설에 나오는 용에게 부여된 능력을 상당히 제거하고 '지적수준이 매우 높으면서, 비행가능한 힘있는 거대 생물체' 정도로 포섭됩니다. 재밌는 점은 나폴레옹 전쟁시대이다보니 용이 공군에 종사하고 있는다는 점으로 비행사와 용은 매우 친밀한 관계로 묘사되고 심금을 울리는 장면도 많습니다.
1권에서 나오는 가장 괜찮았던 부분은 나폴레옹의 영국 상륙시도였습니다. 나폴레옹이 거의 마왕이미지인데, 후반에 나오는 '인재 수집' 속성을 보면 '조조'가 생각나기도 하더군요. 나폴레옹시대를 배경으로 하다보니 당시의 주요전투를 소재로 삼고 있으며 약간의 IF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나폴레옹이 기구를 가지고 영국을 침공하려는 계획에 손을 대기도 했었는데, 이걸 소재로 삼아서 기구가 아닌 '용'이 하늘로 바지선을 운반하여 영국에 상륙한다는 시나리오를 썼더라고요.
영국을 어떻게든 손봐주어야겠는데, 해군전력에서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아니하니 해군을 통한 정면승부뿐만 아니라 기구나 땅굴을 파려는 계획까지 손을 댑니다. 거대한 장애물는 우회하는 것이 좋다지만...실현가능성이 매우 낮은 그런 페이퍼플랜이었지요.
어쨌든 이런 소소한부분도 나오고 실제 역사인물을 약간씩 변형하여 배치하고 있어서 역사, 군사, 모험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에게는 매우 재밌는 이야기책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알고보니 해외에서나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매우 높은 소설이더라고요. 인기가 이해될만큼 재밌는 소설입니다.
좀 의아한 부분은 주인공 용 '테메레르'의 고향이 중국인데, 동양용의 자취는 없고 서양용처럼 날개달린 용들로만 이루어져있습니다. (조선의 용에 관한 언급도 나와서 살짝 반갑기도 했는데, 무대가 되질 않아서 몇 줄이 전부입니다;) 그래도 무대가 서양에 국한되지 않고 중국, 투르크, 아프리카, 호주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는 점이 신선했고, 종래 '서양인 만만세'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 돋보입니다. 테메레르와 비행사 로렌스가 처음 접하는 중국의 모습이 조금 거북하기도 했는데, 중국을 상당히 좋게 그려놓았더라고요.
이것은 뒷편에 나온 역사인물에 관한 설명인데요. 다 좋은데 가경제와 도광제를 각각 청조의 5대, 6대 황제라고 하는 것은 좀 그렇군요. 누르하치(천명제) - 홍타이지(숭덕제) - 순치제,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 가경제, 도광제 순인데 그러면. 앞의 2명은 '후금'으로 한정하겠다는 분류를 채택하면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일반적인 분류는 아니지요.
이게 아무래도 번역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양에서는 후금과 청을 별개의 왕조로 보는 시각이 더 강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