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전문가가 비전문분야에 대해 아는 척하는 사례 하나

자신의 비전문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어설피 아는 척하다가 당하는 일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저도 이러한 지적범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긴 합니다. 애초에 역사전공자가 아니기도 하고요. 최근에도 카트린 드 메디시에 관해서도 어설프게 써놓기도 한 전력이 있습니다. 이것 말고도 많죠. 엉망으로 작성해서 수정이 아니라 완전히 비공개처리한 포스트도 있고 그렇습니다. (킁;) 타이밍(?)이 좀 좋은 건 아니지만...;

흔히 '밀리터리'라고 부르는 세계는 그 깊이를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한 사람도 있는가하면, 흉내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습니다. 다른 학문분야에선 전문가인데, 밀리터리 분야에 대해서는 그저 자신의 군복무 시절에 귀동냥한 수준 정도만 가지고도 아는 척하는 경우가 꽤 있는 편입니다. 우리나라는 징병제국가라서 대부분의 성인남자들은 군대경험이 있다보니 그런 의식을이 배양되기에 충분한 조건이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밀리터리'라고 하면 취미나 애호의 수준이 되는 것 같고, 한자어를 써서 '군사학'이라고 하면 학문의 수준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참 이상한 노릇이더라고요. 실제로 취미와 맞닿는 것이 많아 그런 부분도 없지 않아 있기도 하겠지만, 너무 그런 쪽으로만 평가하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썩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아래에서 언급할 내용은 나름 '전문가'라는 분이 '밀리터리'(?)에 관해 괜시리 아는 척(?) 하고 있는 그런 사례입니다. 

아래와 같이 당당하게 출판한 것을 보면 진짜로 저렇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좀 그렇죠.





"구축함이란 말의 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대개는 무슨 거대한 군함쯤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날에는 해상 경비, 그중에서도 주로 잠수함에 대한 방비를 주요임무로 맡고 있는 군함이다."



'거대한 군함'이라는 대목을 보면 뭔가 과거의 군함체계에 얽매여있는 인상입니다. 

과거 거함거포주의가 만연했던 때에는

전함(Battle Ship) > 순양함(Cruiser) > 구축함(Destroyer) ....

정도로 군함의 크기의 서열(?)이 잡혀있었습니다. 

단독 장거리 항해를 하려면 연료와 물자를 많이 실을 수 있어야했기 때문에
커다란 배일수록 원양에서 대규모 작전에 참가했습니다. 
큰 만큼 큰 주포를 탑재해 높은 공격력을 갖고 있기도 했고요.
비교적 작은 배들은 연안에서 경비하거나, 대형함정을 호위하기도 했죠.

이런 것은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군함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고 범선시대에도 나타나는 특성이었습니다.


적어도 2차대전까지는 구축함이 상대적으로 작은 군함이었지만

레이더기술, 장거리타격능력, 냉동기술 등이 발달하면서

말 그대로 거대한 군함은 항공모함, 상륙함 정도만 남게 되었습니다. 

전함, 순양함은 거의 사라졌지요.

오히려 구축함들이 전함, 순양함의 역할까지 도맡아
이것저것 기능을 추가하기 시작하면서 거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구축함의 종류가 다양해졌다고 봐야할 수 도 있지만,
오늘날에는 구축함을 거대한 군함쯤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고 할 수 있을겁니다.
방공구축함의 경우에는 만재배수량 1만톤을 넘나들고 있으니까요.


"구축함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2차 대전 당시의 U보트 아니겠어?"



U보트를 처음 보실 분에게 설명을 드리자면....
U보트는 2차대전 당시 독일 해군이 운용한 '잠수함'으로 명성이 높았죠.

적어도 '구축함'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심지어 구축함은 잠수함을 사냥하는 수상함이기까지한데...;)

U보트는 2차대전 당시 유명하기도 했지만...
 1차대전때도 미국의 참전을 이끌어내는 대 활약을 펼치기도 했죠.

< 특전 유보트, Das Boot >

꼭, 역사나 군사쪽에 관심이 없더라도,
영화 <Das Boot>나 <U-571>로 접할 수 도 있고 그렇지요.


"구축함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2차 대전 당시의 U보트 아니겠어?"

이것은  너무나 황당한 이야기라서....

이게 진심이 아니라, 농담 혹은 잘못된 사례로 넣어넣은 건가 싶을 정도지요.
....

하지만 보시다시피 '잘못된 사례'가 아닌 '보기글'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엔 구축함이 몇 대나 있지?"



이 부분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배는 '척'이라는 단위가 엄연히 존재하지요.
'대'는 차량, 기계, 항공기 등에 대해 쓰는 단위고요.

물론 배를 '대'라고 센다고 해서 못 알아들을 사람은 없을겁니다만...





이런 내용이 담긴 책의 제목은

 다름아닌

 
<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1000가지 >


사실 본인이야 어떻게 인식하고 있든 별 문제가 안되겠지만....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이라고까지 하면서 타인에게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바에는

자기 비전문분야에 대한 자기성찰과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겠지요. 


저렇게 말도 안되는 내용을 담아서 그걸 책으로 찍어내 판다는 건 좀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봅니다. 
by MessageOnly | 2011/05/29 01:30 | ■ 다른게 또 뭐있나.. | 트랙백 | 덧글(44)
트랙백 주소 : http://larca.egloos.com/tb/365964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Extey at 2011/05/29 01:37
제목은 잘 팔릴거 같은 제목의 책이군요...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05/29 06:06
말씀대로 독자의 눈길을 끌기 좋은 이름입니다. 저도 책 제목 보고 집어든 경우였었거든요.
Commented by EvilAxis at 2011/05/29 03:06
(저자조차) 뜻도 모르고 자주쓰는...ㅜㅜ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05/29 06:10
교훈을 주고자하는 큰 뜻이 있었던 것일지도..

근데 이거 혼자서 다 한 것은 아니고 두 사람 이상이 관여한 책입니다.
Commented by 대공 at 2011/05/29 03:45
U보트가 잠수함인줄 몰랐던 모양입니다;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05/29 06:12
그게 좀 그렇습니다. 도저히 오타라고 볼 수 없는 문장이죠..
Commented by 사과향기 at 2011/05/29 06:14
유보트가 구축함이었군요.
아침부터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05/29 06:20
그중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합니다.
Commented by Warfare Archaeology at 2011/05/29 07:13
허거걱!! 이런 책이 다 있습니까??? 정말 어이 상실~~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05/29 13:20
꽤 잘 팔리는 책 같습니다.
Commented by Warfare Archaeology at 2011/05/29 19:23
켁! 거기다가 잘 팔리기까지...쩝...-.-;;;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05/30 22:47
저게 지금 3판째더라고요..처음 나온게 1994년...
Commented by 지읒 at 2011/05/29 08:01
저자분은 'ㅈ'도 모르고 쓰셨다는 거...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05/29 13:20
잠수함...'ㅅ'
Commented by 포항시민 at 2011/05/29 11:09
이런것도 문제지만 정작 밀리터리에서 군함 분류하는 호칭이랑 해군내에서 분류하는 호칭이랑도 좀 차이가 많이 나는 편입니다.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05/29 13:22
딱히 어떻게 칭하기도 그렇습니다. 영어써줘야 하나 싶기도하고...;

함정분류는 해군에서 정하는 바에 따르는게 여러모로 좋겠죠..

Commented by 초록불 at 2011/05/29 11:19
U보트는 "보트"라는 말 덕분에 잠수함인 줄 모르는 경우가... 저도 고등학생 때 뭔 영화 보러가서... 대체 "보트"는 안 나오고 왜 "잠수함"만 나오나,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05/29 13:26
그런 일도 있으셨군요. 하긴 '보트'라고 하면 왠지 쪽배를 연상하기도 하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Allenait at 2011/05/29 11:40
..U보트가 구축함이라니. 이거 신선하군요.(...) 그리고 배는 '척' 으로 세는거 아니었나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05/29 13:30
'문과라고 너무 방심한 것 아닌가?' 'U보트와 구축함은 완전히 상하관계에 있다'

배는 척으로 세야죠.
Commented by 몽몽이 at 2011/05/29 11:59
이런 우Q스러운 내용이 책으로 나왔다니...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05/29 13:36
여러 사람이 내용검토도 하고, 교정하고 그랬을텐데 말이죠..
Commented by Grelot at 2011/05/29 14:08
저도 유보트가 잠수함이란걸.... 한참 커서 알았슴다. 보트가 가라앉고있어! 보트가!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05/30 22:47
잠망경을 올려라~!
Commented by 앨런비 at 2011/05/29 14:26
저런것은 저자나 출판사에 일단 신고를 하는 것이 나을듯.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05/30 22:48
1,2권으로 나왔던 시절(초판)이 1994년이고 지금 이것은 3판(2008년)입니다.
Commented by 마무리불패신화 at 2011/05/29 14:39
역밸의 모 유저 얘기하는 줄 알았습니다.;;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05/30 22:52
운영자에게 경고먹긴 싫어서요...
Commented by 행인1 at 2011/05/29 15:47
머리에 어뢰 한 방 맞은듯 합니다.-_-;;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05/30 22:54
'니들 거기 꼼짝말고 있어! 내 지금 전차를 몰고가서 네놈들의 머리통을 다 날려버리겠어!'
Commented by 냥이 at 2011/05/29 18:31
예전엔 구축함이 어뢰정 잡으러 다녔지만 2차대전 지나면서 다용도가 되었다고...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05/30 22:58
선박 전문이시군요?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__)
Commented by 냥이 at 2011/05/30 23:08
전문이 아니에요.
Commented by 노리개 at 2011/05/29 21:08
정보의 홍수속에서 정말 떠밀려 다니는 기분입니다.... :-)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05/30 23:04
이럴수록 전문가집단이 빛을 발할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at 2011/05/29 23:20
전에 한 번 등장했던 소재를 놓고 본격적으로 다시 설명해주시네요. 관련포스트 링크해 주시면 더 엄청난 충격을 느낄 수 있을 텐데요.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05/30 23:04
반응이 다르긴하네요. 히히;
Commented by 들꽃향기 at 2011/05/30 01:01
제목이 무려 뜻도 모르고 쓰는 우리말 100가지.....OYL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05/30 23:08
구축함 자리에 '잠수함'만 넣으면 그래도 봐줄만 하지요.

의도한 것이 아닌 실수였다고 하면....저도 비슷한 실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조치훈'을 넣어야할 자리에 '서봉수'를 잘못 써넣었고, 그 원고 그대로 인쇄되었죠...나중에 알고 스티커로 덧붙였습니다;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05/30 23:13
아, 반대로 해도 되겠네요. U보트 대신 '플레쳐'
Commented by arbiter1 at 2011/05/30 13:06
미해군의 타이콘데로가급도 아직은 순양함으로 분류되지 않던가요... 기억이 희미하네요. orz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05/30 23:10
기억력이 좋으시군요. 타이콘데로가급은 순양함이죠.

분류는 해군의 고유권한일겁니다. KD-1도 프리깃이 아닌 구축함인 것 처럼요.
Commented by 뽀도르 at 2011/05/30 16:34
잘못된 사용 사례로 든 거 아닐까요? 아무렴 저런 책을 쓰는 사람이 저런 기본도 모를지 -_-;;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05/30 23:11
아래 보기 글까지 엉망이라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참고 : http://pds18.egloos.com/pds/201005/09/96/a0007296_4be58c3209393.jpg

대충 이런 구성...

:         :

: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비공개 덧글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