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민족기록화 시리즈 우표의 역사적 교훈

< 민족기록화 - 강감찬의 귀주대첩 >

< 민족기록화 시리즈 우표 원도안 >

행인1님의 포스트를 보고 생각났습니다.

민족기록화.

1982년 6월 부터 12월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민족기록화 시리즈 우표가 발행되는데요.

< 강감찬의 귀주대첩, 1982 >

민족기록화를 두고 민족의 영토를 넓히고 외적에 맞서싸우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기리는 것 외에

국가 정책과 이념을 예술로 승화시키고자 했던 당대의 모습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특히 군부정권이 오래도록 유지되었던 만큼 국방의식(반공의식)을 고취하는 것도 컸다고 보는 그런 것도 있고요. 

< 김종서의 육진개척, 1982 >

정작 민족기록화가 많이 그려진 1970년대가 아니라 1980년대에 우표로 나온 것은

민족기록화 자체가 완성되고 모이는 시간적인 문제도 당연히 있는데...

신군부가 제5공화국 헌법에 넣은 것처럼 '민족문화의 창달'같은 좋은 명분을 
시급히 실천해야할 사정도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육진을 6이라고 안 하고 꼭 Yuk라고 해야했을까;


< 광개토대왕의 영토확장, 1982 >

어쨌든 등등 총 8종의 우표가 발행되었습니다. 

당시 브로셔에 있는 내용을 옮기면 대체로 이렇습니다. 



이 '민족기록화 시리즈' 우표의 특이한 것이 몇 가지 있는데,

하나는 처음으로 6도색 인쇄를 도입했다는 것입니다. 

미술작품을 도안으로 삼으면서 풍부한 색감을 표현하려 했다는 것이죠. 

민족문화창달을 위해 정성을 아끼지 않은 노력이 엿보입니다. 


그리고 '영어'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 

그렇다면 이 우표는 '민족문화 창달' 외에도 '수출을 통한 외화획득'을 염두해두고 있다는 말이지요. 

민족기록화 시리즈 같은 경우는 '한민족'의 특성을 담고 있고,
'영어'로 친절하게 안내문이 써져있으니 이해도 쉽지요. 
좋은 상품입니다. 

그런데

이 '민족기록화' 시리즈에는 치명적인 에러가 있습니다. 


< 제너럴 을지문덕's 그레이트 빅토리 앳 살수>


브로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을지문덕 살수대첩 


그런데....


< 민족기록화 - 연개소문의 사수싸움 >

당태종의 고구려 침공이 실패로 돌아가자, 당은 대규모 공격에 앞서 고구려의 국력을 약화시킨다는 전략을 세워 소규모 병력의 국지전을 거듭하였다. 그 결과 고구려는 그 동안의 전쟁에서 주요한 방어선에서 삼았던 요하에서 더이상 적을 저지하지 못하게 되었따. 662년 당은 또다시 대군을 투입하여 고구려 침공에 나섰고, 압록강에서 적을 저지하려던 고구려의 방어도 실패로 돌아갔다. 당시 고구려의 집권자였던 연개소문은 평양 부근 사수에서 방효태가 지휘한 당군을 역포위하여 이들을 섬멸하였다. 사수싸움으로 전쟁의 양상은 반전되어 당의 침공군은 퇴각하고 말았다. 정영렬 화백이 제작하였다. 



사실 이 그림은 '을지문덕의 살수대첩' 아니라 '연개소문의 사수싸움'이거든요.

박각순 화백이 그린 '을지문덕의 살수대첩' 민족기록화는 요거.



...............




그림은 '연개소문의 사수싸움'인데, 우표에는 '을지문덕의 살수대첩'이라고 잘못 넣은 것입니다. 

발행하고 나서야 


급히 회수, 정정공고를 냈습니다. 

< 1982. 6. 15 경향신문 >

하지만, 우표 발행시 도안에 대한 안내문은 '을지문덕의 살수대첩'이기 때문에

 이건 애초에 발행의도가 '을지문덕의 살수대첩'이었다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연개소문의 사수싸움'으로 바꾼다고해도 그건 그냥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밖에 안되죠;




우표 디자이너는 그나마 할 말이 있었습니다. 


당시 우표 디자인실에서는 
'성격상 틀릴 수 없는 기관에서 발행한 민족기록화를 정리한 화보집'을 
토대로 '연개소문의 살수대첩'으로 도안하였다고 문제의 원인을 찾았습니다.

기관에서 발행한 화보집인만큼 그 설명에 대해 믿어 의심치 않았던 디자이더는 
화보집에 나온 이미지를 그대로 우표도안에 옮겼기에 발생한 사고라는 설명입니다.




 * 이 해명이 사실이라면..오류가 있는 민족기록화 화보집이 존재한다는 말이죠.

 민족기록화에 대한 화보집이라면 
'민족정신선양회'(문화공보부가 인정)에서 발간한'민족기록화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책자는 1977년, 1979년, 1984년에 나왔는데, 일단 1984년판은 오류가 없으니
1977년, 1979년판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 
아마도 1977년쪽에 문제가 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결과가 이거.

(...)





그리고 이 문제를 발견한 것은 

.
.
.
.

 초power딩



부모님을 통해 '우표가 잘못되었다'라는 문의가 들어오자....


진상조사 결과 

'을지문덕의 살수대첩' 우표에 들어있는 그림은
 '연개소문의 사수싸움'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무려 6개월




그러니까 6개월동안 

대한민국 '민족'기록화 

우표에 대한 오류를 초딩이 발견하기 전까지

 아무도 몰랐다는 것이죠.

(당시 눈치를 챈 분도 계셨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이의제기를 하진 않았다는 것;)


< 새시대 새역사>

민족문화 창달에 여념이 없었던 정부였지만
우표에 나오는 그림이 
'연개소문의 살수대첩인지 을지문덕의 사수싸움인지'는 
정작 관심이 없었다는 것일지도요.
(관심이 없다는 걸 표현하려고 일부러 이렇게 썼습니다.
 하얗게 써서 드래그하신 분만 읽으실 수 있음.)
근데 6개월이나 흘렀기 때문에 다시 재발행하기도 그렇고...
이미 시중에 많이 풀려버렸기 때문에 전량 회수해서 없던 일로 할 수 도 없고...

그렇게 '연개소문의 사수싸움'그림이 들어간 '을지문덕의 살수대첩'우표는 우리곁에 남았습니다. 


일부러 왜곡하지 않는바에야....

자료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할때

작은 오류가 돌이킬 수 없는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죠.

< 2011년 천조국의 사례 >


세상에서는 이런 우표를 두고 '에러우표'라고 부릅니다.

흑역사 또한 역사이기도 하죠.

by MessageOnly | 2011/11/15 01:39 | ■ 즐거운 취미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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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kuks at 2011/11/15 02:50
희소가치는 커졌네요. OTL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11/15 12:48
그렇긴한데...워낙 시장(?)이 침체되어서 시세가 그리 튀지 않습니다. 묶음우표다보니 다른 우표랑 같이 엮여서 세트로 거래되거나하면 '셋트가'에 묻혀버리는 일도 있고, 애초에 유통량이 워낙 많아서 정상우표와 크게 다르게 취급되지 않는 편이에요.

좀더 결정적인 것은 지금도 저 우표가 잘못 나온 것이라는 걸 모르시는 분이 상당히 많으시다는 거죠;
Commented by 하늘색토끼 at 2011/11/15 20:48
그떄 당시에는 국민학생이지 않았나요
그나저나 그분도 대단했지만 그걸 알아준 부모도 ..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11/16 00:38
당시 기준으론 국딩이 맞죠. 음...지금쯤이면 초딩 학부모이실 듯합니다.
Commented by 누군가의친구 at 2011/11/15 22:45
쭉 보다가 순간 뭔가 이상해서 봤더니 오류군요.(...)

PS: 맨 마지막 확 깹니다.ㄲㄲㄲ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11/16 00:42
2차 사료(?)에 오류가 발생한 것이 크나큰 영향을 줄 수 도 있는 그런 사례;

맨 마지막 우표는 회수해서 폐기한 양이 꽤 됩니다.
Commented by 행인1 at 2011/11/15 23:40
졸지에 연개소문이 을지문덕이 되어버린 사연이로군요...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11/16 00:43
당시 해당 그림(연개소문의 사수싸움)이 국회의사당에 걸려있어서 직접보고 확인하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내부 도색작업으로 그림을 덮어놔서 확인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었다네요 -ㅠ-;
Commented by Jes at 2011/11/16 00:59
살수대첩 기록화는 오른쪽 하단 병사의 벙찐(...) 표정이 인상 깊어서 잘 기억하고 있습죠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1/11/16 01:14
살수대첩 그림이 좀 많다보니 착오가 있었네요. 박각순화백그림으로 교체했습니다.
저도 틀렸더라고요. 으힝힝;

합격 축하드립니다.
Commented by Jes at 2011/11/16 01:19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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