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쳐묵온 찻잔 세트 >
대항해시대.
양인(洋人)들은 아시아의 신묘한 '차'라는 문화컬쳐와 함께
'찻잔'이라는 신문물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귀한 차를 아무 그릇에 담아 마실 수 는 없는 노릇이고,
귀한 것은 귀한 것에 담을 때 그 값어치가 오르게 마련이죠.
동인도회사입장에서도
'차'만 운송하기에는 무게가 덜 나가서
배 무게 중심맞추느라 무거운 돌을 넣는 것보다는
'찻잔'으로 무게중심 맞추는 편이 훨씬 이익이었을겁니다.
물에 젖어도 닦으면 그만이고,
돌 만큼은 아니지만 무게도 상당히 나가는데다
무엇보다
쓸모없는 돌은 팔 수 가 없지만, 찻잔은 비싼 값으로 팔 수 가 있습니다.
그러니 '차' 와 '찻잔'을 함께 사서 함께 파는게 여러모로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당시 양인들은
'차'를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도 몰랐고....
'찻잔' 또한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몰랐습니다.
전부 사와야했죠.
정확히는 '자기 찻잔'
을매나 신묘한 물건이었던지
자기를 보고 'china'라고 부르게 되었읍지요.
그래서 'tea china set'라고 찾으면 저런 검색결과가 나옵니다.
< GJ부 >
오늘날에는 찻잔을 이렇게 들고 마시는게 보통이고, (응?)
이것을 매우 우아한 방식으로 여깁니다만 (으응??)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일단 '차'라는 문화컬쳐를 겪은 초창기 양인들은
'찻잔'도 동아시아의 그것을 그대로 수입해 쓰고 있었습니다.
그 동아시아의 찻잔에는 손잡이가 달려있지 않지요.
명품 MADE IN CHINA
반도는 물론이요.
< 차를 마시자!! >
열도도 마찬가지.
오늘날에도 동아시아권에서 '차'를 마신다고 하면
손잡이가 없는 둥근 찻잔일 따름입니다.
뭐; 손잡이가 있는 것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스탠다드가 아니었지요.
이런 찻잔은 당시 유럽에 존재하질 않았습니다.
자기를 만들 줄 모르니
귀한 MADE IN CHINA 찻잔을 그대로 쓸 수 밖에요.
중국에서 선적한 차와 찻잔이 유럽에 도착하고
값비싸게 팔려나갑니다.
각 가정에서는 차를 끓여마십니다.
어떻게 마시냐하면
그윽한 차 향기를 한껏 음미하는 조교의 표정을 보십시오.
이렇게 찻잔'받침'에 차를 부어 마시기 좋게 식힌 후 마시는 것입니다.
소서(saucer)를 한 손으로 받치는 솜씨가 아주 능숙하네요.
< 웃지마십시오 >
당시 양인들이 여유롭게 차를 마시기에는
'차'는 너무 뜨거웠던 것입니다.
동아시아식의 대칭미 돋는 찻잔을
손으로 쥐고 마시기에는
너무나 많은 인내심을 요구했기에
양인들은 양인들만의 방식을 고안해낸 것이었습니다.
'찻잔'에 담겨 있는 '차'를 '받침'에 부은 후 천천히 식혀 마시는 것이
당대 유럽의 흔한 차 마시는 법이었습니다.
물론 인내심이 뛰어난 사람도 동시에 존재했습니다만,
양인들은 아무리 애를 써도 동아시아식 찻잔에 적응하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 선명한 VOC >
차업계의 큰 손인 동인도회사는
이제 '주문제작'에 착수하기 시작합니다.
그전부터 유력가문의 문장 등 을 넣어달라는 주문은 계속 있었지만
마침내 아시아 찻잔 생산공장에
'손잡이'를 달아달라는 파격적인 요구를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마봉춘 드라마에서는 광해군과의 러브스토리에 올인하고 있습니다만,
소설들은 사기장 백파선이 일본에 끌려가서 거기서 자기를 빚는 장인정신 돋는 스토리입죠.
일본은 조선 도공들을 통해
자기제조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고,
화란상인과 교역하면서
동인도회사 주문을 받아 주문생산까지 할 정도가 되었던 것입니다.
중국은 비싸서 甲질이 심했던 탓에
일본이 상대적으로 괜찮은 자기 공급원이었던 것도 있지요.
일본입장에서는 계약 따내는게 중요했던 시점이었고요.
조선은 집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이리하야
양인들은 취향에 맞는 찻잔을 갖추기 시작하였습니다.
양식 찻잔에는 '손잡이'가 있는 것이 당연시 되었고,
'손잡이'의 곡선을 어떻게 만들어내는가가 찻잔 제조 기술의 포인트가 되기도 했습니다.
거기다 양인들도 '자기 제조'의 비법을 입수하는데 성공!
본격적으로 양식 '티 세트'를 뽑아내기 시작합니다.
'본 차이나'도 그 와중에 탄생하게 되고....
이런식으로
더이상 대칭미 돋는 둥근 찻잔만을 쓰지 않아도 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양인들은 더이상 소서에 부어마시지 않고
한 손으로는 받침을 한 손으로는 찻잔손잡이를 꼬나잡고
뜨거운 찻잔의 고통은 과거로 묻어두고
느긋하게 차를 즐기기 시작하였답니다.
해피엔딩. 해피엔딩.
그러나 차를 소서에 부어마시는 법은
< Nikolay Bogdanov-Belsky 1
930년작 >
뜨거운것을 잘 먹지 못하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공식석상에서도 애용되는 방식으로
< Konstantin Makovsky(1839 ~1915) >
손잡이가 있다든가 없다든가 하는 것은 상관없이
소서에 부어 먹는 것은
러시아에선 오래도록 상식이었습니다.
이 분도 실은 이 고풍스런 다도를 지켜오시는 분이었던 것.
저것은 도저히 부어 먹을 수 없는
얕은 소서......
카츄샤가 화가 날만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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