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조선전역해전도 수용에 대한 비판 (2)

'조선전역해전도'가 각광을 받은 부분은

'디테일이 좋다'

이겁니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입고 있는 갑옷하며

각종 병장기들

그리고 일찌기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색채 구성.

등장인물들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표정.

그야말로'보는 즐거움'을 주지요. 

이 그림 덕분에(?)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는 방영되는 내내 '고증문제'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뭐. <불멸의 이순신>이 고증문제로 시달려도 싼(?)면이 많긴 하지만....

'조선전역해전도'는 특히 '갑옷 착용' 문제로 자주 언급되었죠. 


<불멸의 이순신>이 고증문제로 까일 부분이 상당하기 때문에

'갑옷 착용'문제로 까이는 것도 자연스럽게 유지되었고

이것은 희한하게도 '조선전역해전도'에 대한 

무조건적인 수용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세상에 임진왜란 이후 320여년 후에 그려진 그림이

'근거자료'랍시고 제시될 정도였습니다. 

이건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조선 수군 갑옷 착용으로 주요 교리로 하는 조선전역해전도敎가 

창시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죠. 

조선전역해전도에 나오는 투구는

 가운데 있는 간주형 투구죠

이 부분에선 간주형 투구만 쓰고 있습니다. 

쓸 수 는있어요. 

당시에 존재자체는 했으니까요.

근데 그것만 씁니다?

왼쪽의 찰갑과 투구를 봅시다.

임진왜란 당시 유성룡이 입었던 갑옷과 투구입니다. 

유성룡이 어떤 사람입니까?

쪼렙 병사?

아니오. 

조정의 높으신 분입니다. 

임진왜란(1592 ~1598)이 끝난 후 얼마되지 않은 시점인

  1617년에 광해군의 명으로 발간한 <동국신속삼강행실도>에 묘사된 조선군입니다. 

어떤 투구를 쓰고 있나요?

< 2008년 동래해자에서 발굴된 첨주형 투구>

이거 같습니까?

< 간주형 투구 >

이거 같습니까?

흔히 '조선시대 갑옷과 투구'라고 하면 저걸 연상하죠. 

근데 임진란을 겪은 조선사람들이 그린 그림에는 첨주형 투구 그림이 주류입니다. 

실제 유물도 나왔고요.

당시 조선군이 저 간주형투구를 쓸 수 는 있어요.

근데 그것만 쓴다고 하면 이상한거죠.

간주형투구로만 도배한 이 그림이 '개념고증'이라고요? 

그렇다고 간주형 투구만 쓰고 있는건 아닙니다. 

화가는 확실히 조선군 복식에 관한 자료를 구해서 그걸 보긴 봤습니다. 

각 소재를 잘 그렸어요.

간주형 투구 말고 쓰고 있는 저 모자는?

전립이죠.

전립(戰笠)

戰 전투모다 이겁니다. 

여기 그림에 간주형 투구 쓰고 있는 조선 수군이 한 명이라도 보입니까?

제눈엔 '모두' 전립 쓰고 있는 걸로 보이네요. 


이 부분도 안에 있는 조선수군은 죄다 두정갑을 입고 있습니다. 

그림 전체에 나오는 조선수군들은

아예 갑옷을 입지 않는다면 모를까 입는다면 전부 두정갑.

역시 입을 수 는 있어요. 

근데 그것만 입고 있다?

동래해자에서 발굴된 찰갑입니다. 

발굴된 유물을 토대도 복원한 당시 갑주와 투구를 마네킹에 끼얹어놓았습니다. 

신분은 불분명하지만 동래에서 일본군과 맞서싸우다 전사한 조선군인

그리고 유성룡이라는 당대 조선 네임드도

찰갑을 입고 있었습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명량>에 나온 이순신 장군도 찰갑을 채용했습니다. 

이순신 장군 말고도 고급 군관이면 찰갑을 입혀놨고

하급 군졸에게는 두정갑을 입혀놨습니다. 

투구도 보면 첨주형, 간주형을 적당히 배분했죠.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선 '두석린갑'을 입혀놨었죠.

이게 거의 '표준'에 가까울 정도로

사극에서 수십년간 이순신장군에게 즐겨 입혀온 갑옷입니다.

< 뱅포하라 >

미국인이 그린 만화에서도 이걸 그대로 채용합니다만

최근 개봉한 영화 <명량>에서는

두석린갑을 과감히 벗겨버리고 '찰갑'을 입혀놨습니다. 

갑옷의 형태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어쨌든 그동안 시대가 안 맞는다고 줄곧 비판받아온 '두석린갑'을 벗기고

기록과 유물을 근거로 하여 '찰갑'을 입힌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할 만 합니다. 





근데 갑옷을 입긴 입을 걸까....

이 그림을 보면 입긴 입었네요.

위에 나온 <동국신속삼강행실도, 1617년>에 묘사된 조선수군입니다. 

뱃전에 활을 쏘는 장졸들이 늘어서 있죠.

뒤에는 나발을 불고 있는 군졸도 있고요.

가운데 인물만 갑옷을 혼자 입고 있고 나머진 아니죠.



물론 <조선전역해전도, 1940>에 갑옷을 입지 않은 군졸도 있어요. 

임진란을 직접 경험한 조선사람들이 그린 그림에 나오는 조선수군 묘사를 보면

갑옷을 입되, 일부만 입고 나머진 안 입습니다. 

근데 이 그림에선

대부분이 갑옷을 입고 일부가 갑옷을 입지 않습니다. 

?


임진왜란 칠천량해전 - 1597년

동국신속삼강행실도 - 1617년 작 (+20년)

조선전역해전도 - 1940년대 작 (+320년)



그리고 임진왜란이 있은 후 약 50여년후에 나온 이야기



아뢰기를

"각진 갑주의 경감에 관한 비변사의 초기에 대해 전교로 '경감한 이 숫자는 영원히 경감시키는 것인가, 아니면 1년에 제조할 수를 경감하는 것일지라도 결국에는 이를 기준수로 삼게 하려는 것인가'라고 하셨습니다. 갑주는 말 위에서 필요로 하는 것으로써, 배위에 방패를 벌려놓고 몸을 가린 병졸로 하여금 모두 갑주를 입게 하면, 실로 제승(制勝)을 위한 급무가 아니며 단지 수군에게 유지하기 어려운 폐단만을 줄 뿐입니다. 더구나 전선은 덩치가 크고 위에 누로(樓櫓) 註 001  를 설치하므로 그 바탕이 무거워 움직이기 어려움이 걱정인데, 이에 또 갑주를 입힌 군졸을 태우면 곱이나 되는 무게를 더하는 것입니다. 해상에서 군졸을 연습시켜 본 자는 대부분 불편함을 말합니다. 옛날 수군을 용병하는 지혜와 기계 제조의 정밀함은 고 통제사 신 이순신 만한 사람이 없어 그 바다를 횡행한 공렬(功烈)은 지금까지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그 때에도 갑주를 입고 

배에 오른 제도가 없었으니

어찌 그 지혜가 지금의 사람들에 미치지 못해서 그러했겠습니까? 갑주를 입도록 한 뒤부터 크고 부유한 주읍(州邑)에서도 관에서 자력으로 준비하지 못하고 민결에까지 침범하니 그 폐단이 적지 않으며 연해의 주현에서는 하나의 크나큰 역으로 되어 있습니다. 각포의 경우에 있어서는 전선의 수졸(守卒)은 바람이 잔잔할 때는 1백명 혹은 80명이요, 바람이 거셀 때는 40명 혹은 30여 명으로서 모두 선제(船制)의 대소에 따라 가감합니다. 이 밖에 전곡(錢穀)과 인민이 없는 변장(邊將)이 먹는 것은 제방군(除防軍) 약간 명에게 의존하고 있으며, 무릇 책응(策應)이 있을 경우 모두 수군에게 책임을 지웁니다. 수영은 각포에 배정하고 각포에서는 수졸로부터 무명을 징수하니, 착취하는 상황은 차마 말할 수 없는 바가 있습니다. 변장이 어찌 모두 탐학을 부리겠습니까마는 그 사정이 자연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삼변(三邊) 수군의 역은 다른 곳보다 10배나 더하여 군사가 연이어 흩어져 달아나고 피해가 인족(隣族)에까지 미침은 곧 이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지금 만약 갑주에 대한 역을 간신히 유지하는 가난한 포에 해마다 요구하여 수에 따라 준비하여 바치게 한다면, 각포의 수졸은 견디어 갈 형편이 되지 못합니다. 신 등이 본래 아뢰어 변통하려 하였는데, 지금 전남 우수사 윤창구(尹昌耉)의 장계로 인하여 그 폐단을 대략 진달하고 감히 참작하여 경감하시기를 앙청하는 바입니다. 갑주는 전선에서 절대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요, 그 폐단은 이루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이 경감하는 수를 여러 해를 두고 계산하면 이도 적지 않을 듯합니다. 신 등의 뜻은 이렇게 경감하는 수를 해마다 있는 것으로 하는 경우 과연 편의한 일인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 하교를 받들고 아울러 그 이해관계를 진달하고 앞서의 계사를 도로 들이며 엎드려 성상의 결재를 기다립니다."

하니, 답하기를
"알았다. 대체로 이 일은 어떤 사람의 건의로 설립한 것인가? 그 전말을 알지 못하니 본래의 문서를 찾아 들이라."
하였다.

?


엥? 설마 비변사에서도 기군죄를 저지르고 있었던겁니까?

수군조련도를 눈이 빠지게 봐도 

갑옷을 입은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말이죠. 



....전장상황에 따라 조선 수군이 갑옷을 입을 수 는 있겠죠. 

근데 그림에 나오는 것처럼 갑옷착용비율이 90%이상이 될 정도였을까요?

딴 곳도 아니고 비변사에서 '이순신 장군 시절에도 안 입혔어요ㅠㅠ' 라고 분명하게 이야기합니다.

게다가 입혀놓은 갑옷을 보면 

 찰갑은 온대간대 없고 전부 두정갑에 간주형 투구으로 도배한게 정말 개념고증?

320년 후에 그려진 그 그림이 '근거자료'라고 들이밀 정도로 개념충만한 그림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 저녁먹은 다음 꼐속 -
by MessageOnly | 2014/08/10 19:27 | ■ Marine Corps | 트랙백(1)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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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기침 가래엔 용.각.산. at 2014/08/10 21:41

제목 : 무분별한 조선전역해전도 수용에 대한 비판 (3)
무분별한 조선전역해전도 수용에 대한 비판 (2)에 이어서 &lt; 경상우수영에선 신기전을 활로 쏩니다?! &gt;&lt; 흑각궁 &gt; 이것도 역시 소재(활, 신기전) 자체는 잘 그렸어요. 근데 신기전이 활로 쏘는 무기였나요? 화약통의 분사로 추진하는 로켓이잖아요. 저기 불붙어서 그 추진력으로 날아가는데 불붙이고 활로? 그러다 뿜어져나오는 화염에 맞고 실명합니다. &lt; 화차아아아아아아아......more

Commented by Megane at 2014/08/10 19:36
이 모든 것이 [팩션]한 마디로 축약되는 드라마 고증의 한계...
가장 최악이었던 건 기황후... 물론 재미는 있었습니다만... 설마 진짜 역사라고 믿는 건 아니...
아니... 그걸 진짜로 믿는 초딩들이 굉장히 많았었다는 건 안 비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라마나 영화에서 진지빨면서 역사고증 어쩌구저쩌구야 뭐 역사적인 재검증이라는 말로 무마시키면 그만이고...
[팩션]이란 게 원래 그런거라는...
그러니까 역사는 역사서와 자료로 공부를 해야지. 사극을 보면 안 된다는...ㅋㅋㅋ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4/08/11 00:42
http://news.kbs.co.kr/news/NewsView.do?SEARCH_NEWS_CODE=2909246

<인터뷰> 이소록(서울시 은평구) : "이 나라를 구하려고 하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역사책에서 배우지 못한 것을 배우게 돼..."
Commented by Megane at 2014/08/11 16:15
KBS도 피해갈 수 없는 듣보잡 기레기...ㅠㅠ
Commented by Fedaykin at 2014/08/10 19:54
저거 덕분인가, 명량에서도 일본군 배에 기둥에 묶어놓은 대포가 등장하더군요.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4/08/11 10:51
그게 나오긴 나온 모양이군요;

조선전역해전도의 죄가 깊고도 깊도다!

* 세키부네 돛대 고정용으로 그렇게 묶어 달아놨다는 기록이 있을 수 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 용도로 썼다는 것이고 그걸 참고로 그렸다면 말은 되죠.
실제 사격용도라면....그 위치에 묶어놓으면 사격용도로를 매우 부적합하죠. 각도도 안 나오고 아군에게 직사하는 셈이니 -_-;;
Commented by Megane at 2014/08/11 16:17
아닛!! 대포 대신 집사복을 입은 일본수군을 기둥에 묶어놔야...(아 역시 난 아가씨물에 약하다능... 면역이 없다...ㅠㅠ)
Commented by mooni at 2014/08/10 20:01
실제로 저런 옷을 입으면, 물에 빠지면 그냥 사망이니...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4/08/11 00:46
조정은 수군에게 삼국연의에 나오는 등갑을 지급하라!
Commented by 공손연 at 2014/08/10 21:34

"명량"은 고증을 20세기의 일본인의 상상화를 다운그레이드로 적용한것 같습니다.

한국의 사극고증은 기본적으로 생각이 없다고 해야할까요?

그 뛰어난 고증이라는 "정도전"조차도 쓰잘데기없이 명나라황제,신하들한테 변발을 시키는것을 보고 그런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막연하게 원나라를 방금 몰아냈으니 풍습이 남겠지 생각했을지 몰라도 애시당초 원나라는 변발을 강요한적 없으며

승진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설사 변발을 했다고 해도 이민족왕조에 반기를 드는 즉시 한족들은 변발부터

자르고 봅니다. 청나라때도 오삼계가 반란을 일으키면서 제일 먼저 한일이 변발부터 자르는것이었습니다.

그냥 생각이 없어요.약간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돈들고 시간걸리는것은 어쩔수없더라도 그렇지 않은것은

잘할수 있을텐데 처음부터개념탑재가 안되었으니 그렇게 하지를 못합니다.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4/08/11 00:47
서서히 나아가는 양상인 만큼 '첫 술에 배부르랴'는 마인드로 좋게 좋게 봐줄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자꾸 요구하면서 서서히 수준을 끌어올리는 게 되어야겠죠. 김연아가 나오듯이 개념 사극이 뚝 떨어지기는 어렵겠죠.
Commented by Megane at 2014/08/11 16:18
명나라 변발?!?! 이건 뭔... 아, 정도전 별로 재미없어서 잘 안 봐서 모르는 1인...
Commented by 셰이크 at 2014/08/10 21:41
우폭과 좌폭을 따로 보면 우세인 쪽이 명확히 갈리기 때문인지 한국에서 인용할 때는 거의 조선군이 이기고 있는것같은 좌폭이더군요. 이 경우에도 지휘관이 장대 버리고 선수로 몰렸다는걸 조금만 보면 보이지만요.
그나저나 저 등채는 화가 상상일까요?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4/08/11 00:52
보고 싶은 걸 보니 조선군 쪽으로 아무래도 눈이 가는 것이겠지요. 당연히 일본군 묘사도 굉장히 자세하게 해놓았는데 그 쪽은 별로 관심들을 안 가지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휘관이 장대에 없는 걸 보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거의 없고 대부분 등장하는 복식이나 병장기의 묘사에만 집중하고들 계시죠.

용머리 같이 생긴 자루를 말씀하시는 거죠? 처음보기엔 칼자루가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뚝 끊겨서 칼자루는 아니고 등채와 비슷한 용도로 보입니다.

Commented by 누군가의친구 at 2014/08/12 00:45
불멸의 이순신 홈페이지에서 두석린갑은 조선 후기때 복장이지만 고증보단 상징성때문에 입혔다고 설명이 있던걸로 기억합니다.(사실 두석린갑이 멋진건 사실...ㄱ-)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14/08/17 18:08
두석린갑이 멋진 건 사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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