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 일본 수출 걱정된다
개봉일
2014.07.30.
메인카피
330척에 맞선 12척의 배
역사를 바꾼 위대한 전쟁이 시작된다
줄거리
1597년 임진왜란 6년,
오랜 전쟁으로 인해 혼란이 극에 달한 조선.
무서운 속도로 한양으로 북상하는 왜군에 의해 국가존망의 위기에 처하자
누명을 쓰고 파면 당했던 이순신 장군(최민식)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다.
하지만 그에게 남은 건 전의를 상실한 병사와 두려움에 가득 찬 백성,
그리고 12척의 배 뿐.
마지막 희망이었던 거북선마저 불타고
잔혹한 성격과 뛰어난 지략을 지닌 용병 구루지마(류승룡)가 왜군 수장으로 나서자 조선은 더욱 술렁인다.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배가 속속 집결하고
압도적인 수의 열세에 모두가 패배를 직감하는 순간,
이순신 장군은 단 12척의 배를 이끌고 명량 바다를 향해 나서는데…!
12척의 조선 vs 330척의 왜군
역사를 바꾼 위대한 전쟁이 시작된다!
기대
보기드문 해전액션
우려
구루지마 미치후사라는 캐릭터, 그리고 어색한 일본어
흥행예상
기대 < 우려
설상가상 류승룡이 분한 구루지마 미치후사의 갑옷을 보면 명량해전의 전략평가나 해상전투 고증문제를 따질 단계가 아닌 것 같다. 한국 영화 특유의 조악함이 갑옷 하나만으로도 튀어 나온다. 구루지마 미치후사는 영화 <명량>에서 나오는 것 처럼 일본에선 네임드 무장이 아니다. 오히려 저 이름을 처음 접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 구루지마 미치후사가 입고 나오는 갑옷이 문제다. 만약 일본 저예산 시대극 영화였다면 모르겠다. 영화 <명량>에서 구루지마 미치후사가 입고 있는 갑옷은 전국시대 네임드 무장인 '다케다 신겐'이 입었던 갑옷의 카피판이다. 일본전국시대를 기준으로 '다케다 신겐'의 유명도를 비교한다면 삼국지의 관우 수준이다. 평범한 한국 사람이라도 청룡언월도를 꼬나들고 붉은 말에 탄 수염 긴 남자라고 하면 관우를 떠올릴것이다.
다케다 신겐도 관우와 비슷하게 '상징물'이 몇 가지 있다. 다른 네임드 무장인인 '우에스기 겐신'의 검격을 들어 막았다는 '부채'가 그 중 하나이며,
본문에서 이야기하는 갑옷 역시 유명한 상징물이다. 특히 투구장식과 풍성한 갈기가 특징인데,
영화 <명량>에서 류승룡이 분한 구루지마 미치후사가 입은 갑옷은 다케다 신겐의 갑옷 색상을 일부 변경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케다 신겐은 전국시대의 수많은 무장들 중 인기 상위 인물로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드라마는 이미 여러차례 제작되었고, 그 때마다 다케다 신겐의 '상징'체계는 일본인들에게 시각적으로 더욱 공고하게 되었다.
말이좋아 모티브지, '파쿠리' 소리 듣기 딱 좋다. 왜냐하면 일본인들에게 다케다 신겐은 너무나 유명한 캐릭터로 구루지마 미치후사와는 비교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우기 일본인들이 영화<명량> 스토리 자체에 우호적일리가 없으니 '한국에서 일본 갑옷을 멋지게 재해석했다.' 같은 반응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갑옷만이 문제가 아니다. '풍림화산(風林火山)'이라는 문구는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한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을 통해 다케다 신겐 고유의 군기(軍旗)로 나오는 상징물 중 하나이다. (다케다 신겐이 풍림화산 군기를 실제로 만들어쓴 것이 아니더라도 일본에서 생산된 영상물들에서는 그렇게 제작되어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는 상황.)
그런데 영화 <명량>에서 다케다 신겐 갑옷을 색상반전 카피해 입고 있는 구루지마 미치후사가 '풍림화산'이 적힌 군기를 들어올린다. 이 시점에서 일본인 관객들은 실소를 터뜨릴 것이다.
과거 KBS 사극 <태조 왕건>에서 견훤의 아들 금강이 부모님이 주신 눈알이니 다시 삼키는 장면(하후돈 카피)이 나왔고 왕건측 태평군사가 '동남풍'을 불게해 견훤을 상대로 승리하는 장면(제갈량 카피)이 나온 것과 비슷하다. 중국인이 아니더라도 삼국지깨나 읽은 한국인 시청자라도 그 부분에서 실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당연히 한국 관객들은 다케다 신겐이 어떤 인물인지 잘 모르며 그가 어떤 갑옷을 입었다든가 어떤 일화를 가지고 있다든가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알아야할 필요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구루지마 미치후사 갑옷을 '카리스마 일본 무장'이미지를 내기 위해 다케다 신겐 갑옷을 복사해서 만든다고 해도 한국에선 별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다르다.
일본에서 시대극팬이 많다고는 해도 과거처럼 극장에 '정통사극'영화가 올라가지는 않고 있다. 이는 현재 사극 인기가 줄었다는 것인데 더구나 한국에서 제작된 사극을 극장에 보러갈 정도의 사람이라면 '사극 팬'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한류팬이라서 한국영화를 보는게 아니라 사극팬이라서 사극영화를 보러간 일본인 사극팬이라면 구루지마 미치후사가 입은 갑옷의 정체를 단 번에 알아볼 것이고, '풍림화산'깃발이 올라갈 때 확신하게 될 것이다.
가상의 예를 들어도 일본에서 영화까지 만들것 같지는 않고 만화를 만든다고 할 때 일본인 주인공에게 탈탈 털리는 엑스트라급 조선 장수가 '필사즉생 필생즉사'나 '싸움이 급하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 등의 대사를 주워섬긴다고 할 때의 한국인 독자의 반응보다는 폭발적이진 않겠지만 비유하자면 그런 것이다.
인터뷰로 미루어볼때 애초부터 외국 수출을 염두해둔 의상제작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지극히 국내용으로 생각하고 만들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런데 흥행이 잘 되니까 그 시점에 외국 수출을 생각한 것이이라. 애초부터 외국 수출을 염두해고 제작했더라면 갑옷과 시나리오 구성에 더욱 신중했을 것이다. 사실 의상감독말대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상상력'을 발휘하기 매우 좋은 여건이었다. '고증'문제에서 훨씬 자유로웠는데도 스스로 옭아맨 것으로 일본 갑옷에 대해 상상력을 조금 발휘해 적당히 만들었다고 한다면 오히려 다케다 신겐 갑옷을 카피하는 것보다 비용도 훨씬 적게 들었을 것이다. '호전적인 장수'를 가정한답시고 굳이 화려한 다케다 신겐 갑옷을 비싸게 주문해서 만든것이 일본 수출에는 오히려 독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구루지마 미치후사의 갑옷이 한국 흥행에 그렇게 도움이 된 것 같지도 않다.)
국내관객에게는 오히려 갑옷보다는 '일본어'구사부분이 많이 지적된 부분이다. 전작 <최종병기 활>에서처럼 '만주어'대사를 넣은 정성을 생각해보면 전작의 감독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어설픈 면이 있다할 것이지만 그러나 이 부분은 '더빙'이라는 기술적 해결방법이 있기 때문에 사후조치를 취할 여지가 있다. 오히려 한국어 대사를 어떻게 번역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