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EBS에서 재밌게 본 프로그램인데
'도마뱀부치'가 나와버렸네요.
이 이름에 관련해서 좀 재밌는(?) 부분이 있어서 써봅니다.
일단 '표준어'는 '도마뱀붙이' 입니다.
그럼 EBS에서 표준어를 무시하고 엉터리로 쓴건가?
방송에서는 어지간해서는 표준어를 사용하죠.
그런데 저 프로그램에서는 '도마뱀부치'로 나온거니까요.
하면 그건...뭐 일단 어문규정을 위반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이게 또 학술계(?) 기준으로는 '도마뱀부치'거든요.
그래서 재밌는 부분이 있다는 겁니다.
저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익숙한 표현을 좋아하는 습성탓에
일단 '도마뱀붙이'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대항해시대 게임을 할 때 배 건조할 때도 '도마뱀붙이'라고 붙이기도 했고요.
그럼 이 도마뱀붙이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가
이게 무슨 제 사심으로 도마뱀붙이라고 하는게 아니라
궁내체고의 검색사이트에서 저렇게 제안할 정도니
그러한 연유로
이하에서는 '도마뱀붙이'를 기준으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표준어라니까요?
도마뱀부치 VS 도마뱀붙이
이 역사가 대략 이렇습니다.
일제강점기 이후 처음으로 명명될 때 '도마뱀부치'라고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우리말표기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위에 나오듯이 1885년, 1886년에 채집되었던 바
우리말이름이 없다고 해서 고유종이 아니었다고 이야기하긴 어려운 면이 있죠.
19세기에 들어온 외래종일 수 도 있지만
19세기까지 우리 조상님들이 이름을 안 붙여줬을 수 도 있는 것이니까요.
자연과학에 그렇게 신경쓰셨던 분들도 아니고 -ㅠ-;;
그리고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그 시절에는 불행하게도 생물명칭을 조선어로 써야할 필요성이 없었고
일본식으로 일본어표기를 하면 되는 문제였기 때문에
1949년에야 우리말로 이름을 붙여준게
'도마뱀부치'인겁니다.
어쨌든 맨 처음에 '도마뱀부치'라고 했으니까
일단은 도마뱀붙이가 도마뱀부치보다는 나중에 나온 표현인겁니다.
일단 처음 붙은 것 자체에 무게감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웬만해선 처음 이름대로 가는게 보통이죠.
그렇지만....
그럼 일단 '붙이'는 어디서 나온 것인가..
사마귀붙이라는게 있습니다.
'붙이'
'-붙이'는 '-'앞에 붙은 그 생물자체 아니지만 굉장히 비슷하지만 다른 생물을 일컬을 때 자주 씁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붙이'를 찾아보면 이렇게 나옵니다.
같은 겨레, 같은 종류
그럼 도마뱀-붙이는
도마뱀 그 자체는 아니지만 도마뱀 비슷한 도마뱀친척 쯤
으로 이해하기 쉬운겁니다.
도마뱀, 도마뱀붙이
이렇게 놓고 보면....
흔한 '붙이'용법에 대입해보기에
굉장히 이해하기 쉬운 그런 이름이죠.
하지만 이 '도마뱀부치'를 계속 밀고 있는 집단이 있습니다.
그것도 실질적으로 이런 생물을 다루는 학술계 쪽에서요.
저는 그걸 좀 안 좋게 보는 입장인데...
일단
문법적으로 살펴보면
'도마뱀-붙이'라는 구조는 흠잡을 구석이 없습니다.
오히려
'도마뱀부치'쪽은 보면 볼 수록
도마뱀붙이를 소리나는대로 적어놓은 것 같거든요.
근데 또 이걸 '도마뱀부치'라고 하는 입장에서는
이게 오히려 '붙이' 때문에 '부치'가 되어야한다는 것으로 보는것 같습니다.
이게 비슷한 무리로 보는 '붙이'로 이름지어서
'도마뱀붙이'가 되어선 안된다는 논리인데요.
도마뱀붙이는 이게 벽에 '붙어'다니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도마뱀 친척'이라는 식으로 명명된, 명명될 대상이 아니니
'-붙이'라는 식으로 처리될 것이 아니라
이렇게 붙어다는 습성에 촛점을 맞춰서
'도마뱀부치'가 되어야한다고 것 같습니다.
벽이 붙어다니니까 '부치'이어야하는 것이죠.
같은 무리로서의 '-붙이'와는 구별되어야 한다는 것.
근데 이런 설명을 납득하긴 어려워요.
'벽에 붙으니까'
'-부치'라는게
이게....도대체 무슨 말인지...-_-;;;
부치다는...
편지를 부치고
전을 부치고
힘에 부치고
밭뙈기나 부쳐먹고 그럴때 나오는 말이죠.
< 막 갖다붙이는 광고에서도 최소한의 유사성은 유지합니다 >
벽에 붙으니까 '-부치'라는건...;;
정말이지 납득이 안됩니다;
근데 그 쪽 명망높으신 박사님들은 많이들 동의하신 것 같더라고요.
이렇게 제안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제안을 하는지에 대한 사유는 저기서 분명히 드러나지는 않지만요.
아무튼 도마뱀부치라고 해야한답니다.
일단 표준어가 도마뱀붙이이고
환경부에서 작성한 목록에서도 한동안 도마뱀붙이였습니다.
그러던데 2000년대 후반에 다시 초창기 기록처럼 '도마뱀부치'라고 회귀한 것이지요.
그래서 지금 사전 표제어하고 학술용어가 차이를 보이려 하는겁니다.
그래서 이런 자막이 나온겁니다.
이 '생태원의 괴짜들'에는
국립생태원에서 근무하는 연구원들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현재 파충류쪽 연구하는 분들이 출연하고
이 분들이 자료를 정리해서 EBS에 넘겨줬을 것이죠.
EBS에서는 '국립생태원'에서 받은 자료인 만큼 깊은 신뢰를 가지고 저렇게 자막처리했을 것이고요.
'도마뱀붙이'라고 해놨습니다.
유독 저 '하나뿐인 지구 - 생태원의 괴짜들' 편에서 도마뱀부치라고 한 것이지요.
자체 제작이었다고 하면 '도마뱀붙이'라고 나올겁니다.
그 분들이 직접 파충류 연구하신 분들이시고 하겠지만
그 분들이 설명하는 '도마뱀부치'가 사용되어야할 이유는
맨 처음에 '도마뱀부치'라고 했다는 것 외에
'도마뱀부치'라고 해야할 뚜렷한 이유는 없어보입니다.
차라리 그냥 '맨 처음에 그렇게 했으니까' 라면 모르겠습니다.
벽에 붙어다니니까 '-부치'라는건....글쎄요...;
오히려 벽에 붙어다니니까 더더욱 '붙이'가 되어야하는게 아닐까요?
'같은 무리'라고 하지 말아야한다고 해도
'벽에 붙어다는 습성'을 반영해야한다면
그 경우에도 도마뱀붙이가 말이 되지
도마뱀부치는 말이 되지 않습니다.
< 갓튼값이면다홍치마로 팔기나사기나이왕이면 조선사람 조선광목 >
그리고 그것도 맨 처음에 적었을 '도마뱀부치'가 실수였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일제강점기에서 갓 벗어난 탓에 당시 연구자가 맞춤법에 다소 서툴렀을 시대적 배경도 있지 않을까요?
제가 보기에는
맨 처음 '도마뱀부치'라고 했던 것에 대단한 학술적 의의를 부여하고
스승, 선배 들의 학술적 성과를 계승하려는 학계의 오랜 미풍양속이 또 작용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