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1592>에 나오는 지도들과 기타 소품문제
3화에서 첫 등장한 이래

4화 오프닝

5화 오프닝

아주 도배를 했죠.

전혀 그럴만한 가치가 전혀 없는 지도인데

어쩌다보니 팩추얼 드라마 <임진왜란1592>에서 

아주 종횡무진하던 지도입니다. 


동아시아부분을 잘라내기 + 확대해서 별개의 소품을 또 만들어 놨습니다. 

이게 장면이 교차되어 나오다보니

4화 볼 때 명나라조정에 있는 것으로 착각했는데

다시 봤더니 그게 아니고 일본쪽 장면에서 쓰더군요. 

3화에서도 등장했는데

히데요시가 욕심을 불러일으키겠다고 하면서 명나라땅 골라고 보라고 시키고

손바닥인을 다투어 찍는 장면에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 천하전여총도 >

이런 터무니없는 지도를 갖다가

주력 지도 소품으로 썼다는 점이 

매우 실망스러운 부분입니다. 




어둡게 되어 있어서 잘 식별되지 않는데

확대부분 보면 이렇습니다. 

조선은 '고려'로 나오죠.

일본은 그냥 '왜'도 아니고 '왜노'로 나옵니다. 

중국인 제작자가 아주 사심이 가득했죠(...)

당시 기준으로 조선을 고려라고 부르거나
일본을 왜로 칭하는 것은 그렇게 부자연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왜노'는 그래도 좀 심한 경우입니다. 

이게 관찬이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하죠.
(어차피 제작자 내력까지 기입되어 있음)

이미 조선국, 일본국으로 표기하는 것이 보편화된 시점입니다. 

사석이나 일기장에 고려, 왜노 이렇게 쓸 수야 있지만

'지도'로서의 용도를 생각한다면

조선국, 일본국으로 적는 것어야합니다. 

왜냐하면 지도는 '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으로서의 가치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김정호가 대동여지전도 목판인쇄본을 제작하려한 이유는?

많이 만들어내기 위함입니다. 

많이 만들어낸다는 것은? 

지도의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죠.

정보를 필요로하는 계층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다수에게 '지도'를 제공한다, 다수가 지도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한 것은 그만큼 지도에 담긴 '정보'의 정확성이 요구된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명과 같은 부분이 부정확하게 되는 것은
지도로서의 가치가 그만큼 낮아지는 일이 되는 것이죠.

헌데 천하전여총도는 명칭 사용에서 그러한 것이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천하전여총도는 널리 퍼뜨려서 군사나 상업활동에 이용하자는게 아닙니다. 

< 천하전여총도, 1763 >

애초에 생략된 부분이 너무나 많아서 

<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1402 >

1402년 지도에 담긴 정보량과 비교해도 비교가 안되는 수준입니다. 



1418년 천하제번지공도 라는 걸 보고 모사했고

이는 '정화의 대원정'의 결과물이라는 선동과 날조를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이 지도에는 헛점이 많습니다. 

몇 가지 들먹여보면

중화식 세계관이 아닌 서구식 양반구도를 취하고 있는 점.

그리고 위도 경도 개념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그릴 수 있는 구도인데 
정작 지도에선 위도, 경도 표시는 생략되어있는점.

1400년대 동아시아 지도들에 비해 동아시아 해안선 묘사가 조야한점.
(오히려 아메리카, 아프리가, 유럽 해안선이 더 그럴 듯하죠.)

그렇게 아메리카도 발견하고, 남북극도 실체를 파악할 정도의 실력을 갖춘 선단이
정작 가장 가까운 동아시아의 해안선 묘사는 허접하다는건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죠.

게다가 지도제작은 한 사람이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 만드는 물건이 아니고
여러 세월동안 여러사람의 손길이 쌓이고 쌓인 결과물입니다. 
이전의 지도나 이후의 지도와 단절될 수 가 없는 것이죠. 


천하전여총도 선동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아메리카는 중화선단의 탐험에 의해 해안선이 밝혀진 것인데

북아메리카 '캘리포니아'가 반도가 아닌 섬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오류는 16~18세기 동안 유럽지도에서 나타난 

'캘리포니아 섬' 오류와 이상할 정도로 일치하는 부분이죠.

이건 우연의 일치가 아닙니다. 

틀린 단압지 컨닝하다 똑같이 틀린거지요.



저는 천하전여총도를 

중화사상에 쩔은 제작자가 유럽지도, 곤여만국전도를 참고해서 만든 자위용 지도라고 봅니다. 

정보량도 적은데, 부수도 딸랑 존재한다는 점.

이거는 보통의 지도들이 가지는 다수에 대한 정보 배포가 목적이 아니라

그냥 하나 만들어서 보면서 자위하는게 목적일 가능성이 커지는 대목이죠.


그래서 KBS 드라마에서 

이런 지도를 주요 소품으로 썼다는 것이 매우 기분나쁜거에요. 

매우 불순한 제작의도가 엿보이고

정확도는 안드로메다로 떠나보냈고

애초에 당대 물건도 아닌거니까요.

많지도 않은 예산 중 일부를 이런 쓰레기같은 소품을 만드는데 쓰였다는게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 경기도지회도 라고 적혀있습니다 >

반면 괜찮게 보이는 지도 소품들도 있습니다. 

이 지도는 '경기도지회도'라고 되어 있는데

의미적으로 볼 때

경기도의 지도라는 것인데

도상에 나타나는 지명은 경기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강원도까지 모두 섭렵하고 있습니다. 

이 지도는 명군 제독 이여송의 장막 배경으로 쓰였는데

평양성 공략 전(前)에도 나왔었죠.

하지만 이 지도에는 평양은 나오지도 않습니다. 

뭐 '경기도지회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니만큼

평양이 나오는게 비정상이죠.

< 이것도 <징비록>때 써먹은 소품이었던걸로 >

그래서인지 별도의 평양성 지도를 류성룡이 건내고 설명하는 장면이 나왔죠.

4화에서는 큰 의미가 없었고

5화에서 용산창 기습에서 이 '경기도지회도'라는 지도가 클로즈업되는데

사실상 그 용산창 기습씬을 위해서 제작된 지도라고 봅니다. 

그 장면을 넣기 위해 지도를 맞춤 제작한 것인 거죠.

이 소품지도는

이거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들어간 경기도, 강원도 부분을

연성해서 만들어낸 지도로 보입니다.



원본인 경기도에는 '용산' 따위의 지명은 표기되어 있지 않습니다. 

드라마에 쓰인 소품 지도를 잘 보시면 경기도 부분은 지명배치 수준이 조야합니다.

한성부 바로 아래에 남한산이 있고 그러거든요. 

한성부를 넣고 용산을 끼워넣다보니 일어난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픽 작업으로 합성했다기 보다 

수작업으로 만든 것 같은데

세밀함에서 완성도는 떨어집니다. 

그래도 이런 식의 제작방식 자체는 좋은겁니다. 

편집창작본이라도

모본이 된 지도가 당대의 지도(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인 만큼

설정부여를 통해 여러 장의 지도를 모아서 하나의 지도를 만들어낸다고 해도

역사적 사실과 크게 충돌하는 바가 없기 때문이죠.

물론 그대로 옮기는 것이 훨씬 더 좋았겠지만 말이에요.


드라마 전개과정에서

지도에 나타나는 지명 하나하나가

드라마 연출상 장면장면에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을 적절히 수행했기 때문에

이 소품 지도는 각 주요지명을 여러번 보여주면서 제 역할을 다 했습니다.

소서행장이 명군의 공격에 잠이 깨는데

여기 나온지도 역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동람도의 일부인데요.

문제는 

저게 '강원도' 라는겁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의 동람도를 쓰는 것은 좋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지금 강원도를 펼쳐놓고 무슨 고민을 하는 것인지 영문을 모르겠네요. 

< 평안도 >

고니시는 지금 평안도 지도를 펼쳐놓고 

거기에 부대 배치 현황을 살펴보고 있어야 정상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마음이 콩밭에 가있으니 평양성방어가 쉬울 수 가 없죠.



이거는 소품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그 쓰임이 잘못된 케이스죠.



< 수길의 부채 >

이 부채지도 역시 좋은 소품이죠.

히데요시의 야망을 보여주는데 촛점을 맞추었지만

당대 일본의 지도인식을 잘 보여주고 있는 유물이기도 하니까요.

황금부채에 담긴 지도는 당대 일본의 동아시아 세계에 대한 지리적 지식을 잘 보여줍니다. 

아무리 해외정보에 관심을 기울인다고 해도

내부의 일보다 잘 알기는 어렵죠.

오히려 나오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소품으로 활용되는게 당연한 지도입니다. 


이여송 장막에 있는 소품 지도처럼 

당대 인식이 반영된 지도를 만들어낸다고 하면

일본측 지도는 저 부채에 나타난 지도를 바탕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죠.


그리고 편집가공없이 복제해서 만든 것이니만큼

아거는 여러번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돈들여서 만드는 소품인 이상 

앞으로도 이렇게 재활용할 가치가 있는 소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전의 드라마<징비록>에서 천하도지도를 쓰는 것이나

이번에 팩추얼드라마<임진왜란 1592>에서 천하전여총도를 쓰는 것을 보면

뭔가 히데요시의 야망을 설명하는데

'세계전도'를 써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있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러다보니 연대도 맞지 않고, 부실한 지도를 동원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뭔가 그럴듯해보이려고 거짓으로 꾸며대는 

시청자 기만일 따름입니다. 

게다가 기껏 돈 들여서 만들었지만 재활용가치조차도 떨어집니다. 

징비록 때 적절한 지도를 제작했더라면 그걸 또 쓰면 되는 것인데

2개를 따로 만들어놓았지만 둘 다 앞으로 다시 못쓸 물건입니다. 



성채나 함선, 의상 등 은 제작예산의 한계가 있으니

재활용하고 그러는거 문제없다고 봅니다. 

아쉽다는 말은 나올 수 있겠어도 

그걸 가지고 고증이 맞았네 안 맞았네 하는 것 역시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야할 부분이죠.


그런데 돈이 별로 들지 않을 부분이거나

돈을 엉터리로 쓴 부분인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자막은 전라좌수영으로 되어있습니다만

현판에는 '동래현'으로 되어 있습니다. 

동래현은....조선수군의 좌수영이 있던 곳이긴 합니다만

전라좌수영이 아니라 경상좌수영이 있던 곳이죠.

< 순천시에서 들고 일어나야하는 각 ㅇㅈ? >

순천시에서 제작지원 왜 했습니까?

전라좌수영이 동래에 있는게 아니라 순천에 있었으니 순천시에서 제작지원하는거잖아요.

그런데 왜 동래요?


세트 건물을 새로 지을 필요는 없지요.

저곳이  뭘 위해 만들어진 세트장인지 모르겠지만

저런 현판은 바꿔달면 그만입니다. 

지금 인기리에 방영중인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촬영장소가

궁궐과는 거리가 먼 전주 향교인데, 거기 대성전, 명륜당 현판 다 바꿔달았습니다. 


바꿔달 현판을 만들 돈이 없다?

...는 핑계를 인정한다고 해도

그러면 떼어내면 됩니다. 

그냥 아무것도 안 달면 되는거죠. 

어차피 자막으로 설명을 해주잖아요.

전라좌수영이라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되기 전인 하시바 히데요시로 나와서
오동나무 문장을 달고 나왔는데
오동나무 문장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웬만큼 일본 교통정리하고나서야 조정으로부터 하사받은겁니다. 

3화 도입부가 다카마츠 수공씬으로 되어 있는데

이 시절엔 '하시바 히데요시'입니다. 

이름도 여러번 바꿨죠. 

이걸 또 3화 도중에 챠챠히메(요도)와의 대화씬을 넣으면서까지 
죄다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에서 그렇게까지하는 공력을 들였다고 하면 그렇게 하는 김에

하시바 시절에는 오동나무가 아닌 호리병박으로 하는게 옳죠.

다만

호리병박 문장은 새로 제작하기가 어렵습니다.

왜냐.

하시바 히데요시의 호리병박 문장 따위 앞으로 다시 재활용할 일이 얼마나 있겠느냐는거죠.

지금까지의 한국 사극 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이렇게 조명하는 시도가 없었는데

....앞으로도 그럴겁니다.

호리병박 문장 만들어봐야 쓸 일이 없어요.


그러면 아것도 그냥 아무것도 안 달면 되는겁니다. 

오동나무 문장을 다는건 틀린게 되지만

아무것도 안 달고 나오면 틀린것은 아닌게 되죠.

제작진 입장에서도 

저런 씬 만드는데

들어간 인원과 공력을 생각해보면

이런 별거 아닌거로 책잡히는게 더 어이없겠죠.



사극에 쓸 예산이 한정되어 있는 문제

시청자도 다 압니다. 

시청자들도 그런거 감안하고 봐줘야해요.

그러니 그 한정된 예산으로 소품을 제작하려면 

장래 재사용을 염두해 주고 만들 때 제대로 만들어야합니다. 

그리고 만든 소품은 제대로 사용해야겠고요.
by MessageOnly | 2016/09/26 01:59 | ■ 다른게 또 뭐있나..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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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역사관심 at 2016/09/26 09:39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항상 개인적으로 궁금한게 있었는데, 한중일에서 작전회의할때 꼭 1-2차대전처럼 저런 '장기말'같은 걸 지도위에 배치하고 입체적으로 이리저리 옮기며 했었나요?
Commented by 트레버매덕스 at 2016/09/26 20:39
일본 영화 '노보우의 성' 장면에서도 하시바 시절 히데요시가 나오는데 오동나무 문장을 쓰더군요.
Commented by 누군가의친구 at 2016/09/26 21:42
정말 이기회에 소품 사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솔직히 아무리 저예산에 열정페이급 착취라는걸 감안해도 저걸 팩츄얼이라고 부르긴 민망했습니다. 그런데 KBS가 앞으로도 사극을 저예산으로 찍을걸 생각하면 또 무슨 괴작이 나올지요.
Commented by 역사관심 at 2016/09/27 02:35
예전부터 밀던 이야기인데, 차라리 방송3사가 통합으로 사극프로젝트를 해서, 각종 시대별 건축, 소품을 한 10년간 철저하게 만들면 합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돌려가며 쓰는 것으로. 보통때는 방송국에서 전시할수도 있고, 대여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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